
대한민국 전자정부가 또 한 번의 거대한 변곡점 앞에 섰다. 지난 25일 행정안전부는 2030년까지 모든 중앙부처의 행정정보시스템을 표준화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단순히 노후 장비를 교체하는 수준을 넘어, 그동안 부처별로 제각각 구축해 온 ‘칸막이식’ 시스템 개발 관행을 완전히 철폐하고, 클라우드 기반의 ‘원 가버먼트(One Government)’를 실현하겠다는 선언이다. 본 기고에서는 이번 정책의 배경과 의미를 분석하고, 향후 공공기관의 대응 방향과 기대효과, 그리고 우려되는 쟁점들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자 한다.
이번 정책의 핵심은 공공 IT 구축 방식의 근본적인 ‘대전환(Great Shift)’이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필요할 때마다 시스템을 바닥부터 새로 만드는 시스템 통합(SI) 방식을 고수해 왔다. 그 결과, 약 1만 9천여 개에 달하는 개별 시스템이 난립하게 되었고, 이는 막대한 유지보수 비용 발생과 부처 간 데이터 연계 단절이라는 고질적인 ‘디지털 사일로(Silo)’ 현상을 초래했다. 행안부의 이번 발표는 이러한 비효율의 고리를 끊고, 인터넷 연결만 되면 언제 어디서든 표준화된 소프트웨어를 빌려 쓰는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및 클라우드 네이티브 방식을 전면 도입하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명이다.
향후 중앙정부 및 공공기관의 대책은 속도감 있는 ‘클라우드 마이그레이션’과 ‘표준 준수’로 요약될 것이다. 각 부처는 더 이상 독자적인 시스템 구축 예산을 확보하는 데 골몰하는 대신, 행안부가 제시하는 표준 플랫폼 위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레고 블록처럼 조립하여 활용하는 방식을 익혀야 한다. 이는 공공기관 발주 담당자들의 역할이 단순 관리에서 ‘서비스 기획 및 최적화’로 변화해야 함을 시사한다. 또한, 민간 클라우드 기업들과의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전망이다.
이러한 대전환이 가져올 기대효과는 명확하다. 첫째, 국가 예산의 획기적 절감이다. 중복 개발이 사라지고 표준화된 서비스를 공유함으로써 천문학적인 유지보수 비용을 아낄 수 있다. 둘째, 행정 효율성과 대국민 서비스의 질적 향상이다. 부처 간 칸막이가 제거되면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흐르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과학적이고 선제적인 정책 수립이 가능해진다. 국민들은 어떤 부처의 서비스를 이용하든 통일된 사용자 경험(UX)을 제공받게 될 것이다. 이는 현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의 완성을 위한 필수적인 인프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려되는 쟁점들도 상존한다. 가장 큰 과제는 ‘보안 및 데이터 주권’ 문제다. 클라우드 환경으로의 집적화는 관리의 용이성을 제공하지만, 반대로 보안 사고 발생 시 그 파급력이 막대할 수 있다. 민간 클라우드 의존도가 높아짐에 따라 특정 거대 기술 기업에 종속되는 ‘벤더 락인(Vendor Lock-in)’ 현상에 대한 경계도 필요하다. 아울러, 기존 SI 중심의 공공 IT 시장 생태계가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는 산업계의 우려와, 표준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 부처의 조직적 저항을 어떻게 유연하게 관리할 것인지도 숙제로 남는다.
결론적으로, 행정안전부의 2030 시스템 표준화 선언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이는 기술의 도입을 넘어 행정 문화와 일하는 방식 자체의 혁신을 요구한다. 성공의 열쇠는 강력한 거버넌스를 통한 일관된 정책 추진과 더불어, 보안에 대한 국민적 신뢰 확보, 그리고 변화의 과정에서 도태되는 영역에 대한 세심한 배려에 달려 있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라는 목적지를 향한 이 거대한 항해가 순항하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