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부문 AI를 두고 각국 정부가 내놓은 답은 셋으로 갈린다. 미국은 무엇을 쓰는지 목록으로 공개하고, EU는 위험한 것을 분류해 의무를 지우며, 한국은 사는 단계와 평가하는 단계에서 AI를 묻는다. 세 방식 모두 ’도입’을 관리한다. 그 AI가 실제로 무엇을 바꿨는지를 재는 정부는 드물다. OECD에 따르면 회원국 92%가 정부 AI 전략을 갖고 있지만, 75%는 디지털·AI 투자가 의도한 결과를 냈는지 평가하지 않는다. 지방공공기관이 2027년부터 경영평가에서 AI 배점을 받게 되는 지금, 이 빈칸이 가장 먼저 채워야 할 자리다.
미국 연방정부는 기관마다 매년 AI 활용 사례를 조사해 공개한다. 2026년 4월 관리예산처(OMB)가 공개한 2025년 목록에는 41개 기관의 3,600건이 넘는 사례가 올라 있고, 이 중 445건은 고영향 AI로 분류됐다.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고영향으로 분류된 사례는 위험 판단 근거와 면제 사유까지 공개해야 한다. 이 방식의 힘은 투명성이다. 어느 기관이 무엇을 쓰는지 누구나 볼 수 있고, 그래서 기관 간 비교가 가능해진다. 약점은 목록이 ’있다’를 보여줄 뿐 ’잘 되고 있다’를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브루킹스연구소는 같은 자료를 분석하며 도입이 소수 대형 기관에 집중돼 있고 기관별 속도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EU AI법은 공공서비스·교육·고용 등 특정 영역의 AI를 고위험으로 분류하고 위험관리, 기록, 사람의 감독 의무를 지운다. 다만 이 의무의 적용 시점은 2026년 8월에서 2027년 12월로 16개월 미뤄졌다. EU 이사회가 2026년 6월 ‘디지털 옴니버스’ 개정을 승인하면서다. 준비가 덜 됐다는 산업계와 회원국의 요구가 반영된 결과다. 분류 방식은 어떤 AI에 어떤 의무가 붙는지를 명확히 하지만, 역시 도입 전후의 성과를 묻는 장치는 아니다.
한국은 두 지점에서 AI를 묻는다. 첫째는 조달이다. 2026년 7월 21일 시행된 인공지능기본법 제16조에 따라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은 제품·서비스를 구매하거나 용역을 발주할 때 AI 제품·서비스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고,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한 도입 결정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 둘째는 평가다. 지방공기업 경영평가는 2026년 AI 활용 혁신에 가점 0.5점을 신설했고, 2027년에는 본 배점으로 올릴 예정이다. 사는 단계에서 AI를 검토하라고 하고, 평가 단계에서 썼는지 묻는 구조다. 세 나라 가운데 ’성과’에 가장 가까이 간 방식이지만, 지표가 ’도입 실적’으로 설계되면 결국 목록 방식과 다르지 않게 된다.
| 구분 | 미국 | EU | 한국 |
| 관리 방식 | 활용 목록 연 1회 공개 | 고위험 분류·의무 부과 | 조달 우선 고려 + 경영평가 배점 |
| 묻는 것 | 무엇을 쓰는가 | 어떤 위험인가 | 검토했는가, 썼는가 |
| 현재 상태 | 3,600건 공개(2025년) | 고위험 의무 2027.12로 연기 | 조달 2026.7 시행, 평가 2027 본배점 |
| 성과 측정 | 없음 | 없음 | 지표 설계에 달림 |
OECD는 2026년 6월 발간한 「디지털정부 전망 2026」에서 대부분의 정부가 AI 도구가 실제 성과를 내는지 평가하지 않으며, 조달 지원이 제한적이고 위험평가나 투명성 등록부 같은 장치도 드물다고 정리했다. 전략은 있고, 도입도 늘었는데, 효과는 모른다는 뜻이다. 같은 기관의 2026년 1월 보고서는 공공부문 AI 도입의 가장 큰 장애물로 내부 역량과 기술 격차를 꼽았다. 측정하지 않으면 어디가 부족한지도 알 수 없으니, 두 문제는 같은 뿌리에서 나온다.
가치경영원은 2024년부터 2026년까지 경영평가·경영실적평가 91건, 성과관리·KPI·평가체계 설계 26건을 수행했다. 정보화나 디지털 전환 실적을 평가할 때 반복해서 보는 장면이 있다. 도입한 시스템의 이름과 예산은 정확한데, 그 시스템으로 처리시간이 얼마나 줄었는지, 민원 재접수가 얼마나 감소했는지는 적혀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성과지표가 없어서가 아니라, 도입 전 기준값을 재 두지 않아 비교할 숫자가 없기 때문이다. AI 실적도 같은 길을 갈 가능성이 크다.
2027년 경영평가에서 AI 배점을 받으려는 기관이 지금 해야 할 일은 AI를 더 사는 것이 아니라 재는 법을 정하는 것이다. 첫째, 도입 전 기준값을 남긴다. 처리시간, 오류율, 민원 재접수율 가운데 업무에 맞는 하나를 골라 올해 수치를 기록해 둔다. 둘째, 조달 기안서에 ‘AI 검토 여부’와 함께 ’기대 성과 지표’ 한 줄을 넣는다. 인공지능기본법의 면책 요건인 도입 판단 기록도 이 한 줄로 함께 남는다. 셋째, 실적보고서의 AI 항목을 ’도입했다’가 아니라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다’로 쓴다. 세계가 목록과 분류에 머무는 동안, 성과를 숫자로 보여주는 기관은 평가에서도, 다음 예산에서도 앞서게 된다.







